괴사의 종류
어떤 원인이든 국소적인 세포의 집단적인 사망 즉 괴사가 발생하면 처음에는 육안적 으로는 물론 광학현미경적으로도 주위 조직과 잘 식별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괴사를 초래하는 병인에 따라 몇가지의 특징적인 변화를 구별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괴사의 형태학적인 특징에 따라 손상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1) 응고괴사
응고괴사(Coagulation necrosis)는 심근이나 신장경색과 허혈에 의한 저산소증, 수은중독시 신장의 요세관에서 특징적으로 관찰되는 단백의 변성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괴사의 형태이다. 핵은 소실되고 세포질은 호산성으로 불투명하게 변하나 세포의 윤곽이 보존되어 원래 조직의 구조를 형태학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경색부위를 현미경으로 관찰해도 그 장기에 나타나는 이유는 구조 단백질뿐만 아니라 단백을 분해하는 효소도 저산소증에 의하여 기능이 약화 또는 변성이 일어나므로 세포내 단백분해가 약화 또는 차단되어 세포 구조를 어느정도 시간까지는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응고괴사를 일으킨 세포는 일정 시간 경과후에 침윤된 백혈구나 주변의 손상된 세포 자체에서 생긴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으로 용해되고 제거된다.

(2) 액화괴사
액화괴사(Liquefaction necrosis)는 강한 가수분해 효소의 작용으로 일어난다. 이런 괴사는 세균과 백혈구에서 기원한 효소가 죽은 세포를 소화하기 때문에 죽은 세포나 조직이 액체화되어 농양(abscess)을 형성하면서 흔히 관찰되며 흔히 포도상구균과 같은 화농성 세균의 감염에 의하여 백혈구(호중구)의 침윤이 현저한 염증 병소에서 나타난다. 조직의 액화괴사의 결과는 소위 농(고름)이란 것인데 그것은 염증이 일어나 곳의 조직이나 침윤된 염증세포(백혈구)의 액화로 이루어진 조직액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액화괴사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액화괴사가 일어나는 경우는 허혈성 괴사후에도 일어날 수 있다. 즉 뇌조직에서는 허혈성 괴사(뇌경색)후 그 부위의 뇌실질 조직에 액화괴사가 일어난다. 액화된 뇌조직이 흡수되면 그 공간은 결국 물과 조직 부스러기가 찬 낭성 구조 소위 라쿤(lacuna)이라고 하는 형태로 변하게되는데 이것은 뇌경색의 흔적으로 노인에서 흔히 발견된다.

(3) 건락괴사
건락괴사(Caseous necrosis)는 결핵감염 병소인 육아종의 중앙부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괴사로서, 약간의 액화괴사를 동반한 응고괴사의 특징을 나타낸다.
이 괴사의 기전은 세포면역중 지연성 세포면역기전에 의해 발생되는 괴사이므로 이때 침윤된 대식 세포로부터 방출된 여러 가지의 소화효소에 의해 주변조직이 괴사된 결과로 나타난다. 육안적으로 치즈덩어리처럼 연하고, 부스러지기 쉬운 회백색의 밀가루 반죽 또는 치즈같이 보이므로 건락(치즈모양)괴사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런 괴사는 결핵균의 막에 함유된 lipopolysaccharides에 대한 면역반응 때문에 상피모양으로 변형된 대식구 즉 유상피세포(상피모양세포, epithelioid cell)에서 기원한 단백분해효소에 의한다고 생각된다. 현미경으로 보면, 중심부의 조직은 완전히 액화되지는 않았으나 윤곽이 파괴되어 무구조의 과립성 부스러기로 보이므로 허혈성 응고괴사에서와 같이 조직의 형태를 구분할 수 없다.

(4) 지방괴사(Fat necrosis)
지방조식의 괴사를 뜻하며 기원에 따라 효소성과 비효소성(외상성)으로 나눌 수 있다.

① 효소성 지방괴사
리파제(lipase)와 같은 지방분해 효소에 의한 지방조직의 괴사이므로 효소성 지방괴사(Enzymatic fat necrosis)라고 하며 급성 췌장염에서 가장 흔히 관찰된다. 급성의 괴사성 염증에 의해 췌장의 활성화된 리파제(lipase)가 췌장 밖으로 방출되면 복강내 지방세포의 원형질막이 파괴되고 저장된 트리글리세라이드를 가수분해하여 유리지방산을 생성하게 된다. 방출된 지방산은 점차 칼슘과 결합하므로 현미경상 육안적으로 괴사부위에는 불투명하고 황색종괴 또는 백색의 침 전물(석회침착으로 인한 것)이 관찰된다. 현미경적으로 지방세포의 윤곽은 그림자처럼 보이고 무구조 의 과립상의 칼슘의 호염기성 침착(basophilic dept-sit)으로 보인다. 지질은 분해되며 병소는 염증세포의 침윤으로 둘러싸인다.

② 비효소성 지방괴
대표적인 경우가 외상성 지방괴사(traumatic fat necrosis)이다. 유방 지방조직에서는 외상에 의해 물리적인 지방세포의 괴사와 이때 동반되는 염증반응이 같이 나타난다. 그러나 항상 외상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고 원인을 모를 때도 적지 않다.

(5) 괴저성 괴사
괴저성 괴사(Gangrenous necrosis)는 사지, 특히 하지에서 자주 관찰되며, 혈액공급이 차단된 후 혐기성 세균의 감염이 중복된 경우에 일어난다. 조직은 허혈성 손상으로 먼저 응고괴사가 일어나고 그후에 세균에서 만들어진 독소와 백혈구의 액화작용으로 손상부위에 이차적인 조직의 변형이 일어난다. 응고괴사의 소견이 우세하면 이를 건성괴저(dry gangrene)라고 하고, 반대로 액화괴사가 더 현저하면 습성괴저(wet gangrene)라고 부른다. 다른 부위에서도 심한 염증과 괴사가 함께 동반되는 경우도 이 용어를 진단에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들면 급성 괴저성 담낭염(acute gangrenous cholecystitis), 급성 괴저성 충수돌기염(acute gangrenous appendicitis)이라고 한다. 또 가스를 만드는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심한 괴사와 함께 가스형성이 동반된 경우를 가스괴저(gas gangrene)라고 한다.

(6) 섬유소성 괴사
일명 피브리노이드 괴사(fibrinoid necrosis)라고도 한다. 악성고혈압이나 면역성질환, 특히 결합조직 질환에서 혈관에 면역 복합체에 의해서 결합 조직이 파괴되는 괴사성 혈관염이 일어난 혈관 주위에 광학 현미경으로 언뜻보면 균질 무구조, 잘보면 혈중 섬유소와 같이 호산성 에오진 색소에 대한 염색성을 나타내는 균질한 물질의 침착이 일어난다. 이때 침착되는 물질은 섬유소(fibrin)를 포함하는 변성된 단백이며 이러한 물질의 침착을 동반하는 조직의 괴사를 섬유소성 괴사라고 한다. 따라서 혈관염을 동반한 면역성질환에서 흔히 관찰된다. 이 기전은 면역복합체가 혈관 벽에 침착되어 일어나므로 세포나 조직의 괴사와 함께 혈장 단백도 그 주변에 침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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